
AI시대가 도래하며 이제 다들 한 가지는 이미 체감하고 있을 거예요. AI는 전기를 미친 듯이 먹는다는 사실이요. 지금의 발전소·전력망 수준으로 이 수요를 감당할 수 있느냐는 질문이 계속 따라붙고 있어요. 저는 이 질문에 정면으로 “내가 해결하겠다”라고 선언한 회사가 있어서 살펴봤어요. 이름부터 강한 회사, 페르미 아메리카(Fermi America). 이 글에서는 이 회사가 뭘 하려는지, 왜 이렇게 시끄러운지, 그리고 개인 투자 관점에서 어디까지 현실적으로 봐야 하는지를 정리해요.
페르미 아메리카, 뭐 하는 회사인가
제가 이해한 회사의 정의는 이거예요. AI 데이터센터와 발전소를 한꺼번에 짓고, 그 부지 안에서 전기를 직접 만들어서 자기 데이터센터에 바로 공급하는 회사. 이걸 “에너지-데이터 융합 캠퍼스”라고 부르더라고요. 흔히 데이터센터는 외부 전력회사에서 전기를 사와요. 그런데 페르미 아메리카는 아예 같은 땅 위에 발전소(원자력, 가스, 태양광, 배터리)와 초대형 AI 데이터센터를 동시에 세우고, 자체 전력망으로만 돌리겠다는 전략이에요. 말 그대로 외부 전력망을 거치지 않는 독립 전력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거죠.
이 방식은 조금 과격해 보이지만 논리는 단순해요. AI 데이터센터는 절대 꺼지면 안 돼요. 정전, 전력요금 급등, 계통(국가 전력망) 병목 이런 변수들이 리스크인데, 애초에 남의 전기에 의존하지 않으면 그 리스크를 거의 지워버릴 수 있다는 거예요. 안정성은 물론 단가까지 스스로 통제하겠다는 얘기죠.
11GW? 어느 정도 스케일인지 감이 안 온다면
첫 프로젝트는 미국 텍사스주 아마릴로 인근에서 시작돼요. 여기서 만들겠다는 총 전력 생산 규모가 11기가와트(GW)예요. 숫자만 보면 그냥 커 보이는 정도가 아니라, 포르투갈이라는 한 국가의 전체 전력 사용량보다 많다고 하고, 서울시 최대 전력 수요의 약 1.5배쯤 된다고 설명돼요. 이건 그냥 데이터센터 하나 안정적으로 돌리겠다는 수준을 넘어서, ‘사설 국가급 전력망’을 깔겠다는 의미에 가깝죠. 부지 크기도 여의도의 8배가 넘는 약 706만 평 규모라고 하니 스케일 자체가 다르게 느껴집니다.
이 전력은 한 가지 에너지원에만 의존하지 않아요. 원자력, 가스복합화력, 태양광과 에너지저장장치(배터리)를 섞어요. 아래 표는 공개된 구성과 각 역할을 정리한 거예요. 이 표는 “왜 굳이 이렇게 여러 종류를 섞는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돼요. 핵심은 안정성과 초기 속도입니다.
| 발전원 | 예정 용량(GW) | 역할 | 
|---|---|---|
| 원자력 | 약 6GW | 기저 전력 담당. 웨스팅하우스의 대형 원전(AP1000 계열) 4기와 소형모듈원자로(SMR)까지 포함해 24시간 안정적으로 큰 전력을 뽑는 축이에요. | 
| 가스복합화력 | 약 4GW | 초기 단계 전력 공급원. 원전은 건설·인가 기간이 길기 때문에, 빠르게 전기를 뽑아야 하는 초반에는 천연가스 기반 복합화력 발전이 실질적인 스타터 역할을 맡아요. | 
| 태양광+ESS | 약 1GW | 피크 보완. 낮 시간대 값싼 전력을 확보하고, ESS(에너지저장시스템)로 남는 전기를 저장해 수요가 몰리는 순간 밀어 넣는 보조 장치예요. |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 하나만 덧붙이면, 이 조합은 ‘언제든지 필요한 만큼 전기를 끌어다 쓸 수 있는’ 환경을 만들려는 시도라는 거예요. 국가 전력망은 수요 폭증 구간에서 병목이 생길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자기 발전, 자기 전송, 자기 데이터센터까지 한 몸이면 그 병목을 자체적으로 회피할 수 있죠.
AI 데이터센터 전용 전력망이라는 발상
이 회사가 겨냥하는 고객은 사실상 초거대 AI 연산 기업들이에요. 생성형 AI 모델을 학습하고 돌리려면 엄청난 양의 연산 자원이 필요한데, 그 연산 자원이 곧 전기 덩어리예요. 그래서 전력 사슬 전체를 직접 쥐고 “우리는 끊기지 않아요”라고 보증해주면, 대형 AI 고객 입장에서는 계약 자체가 쉬워집니다. 전기는 비싸도 끊기면 더 비싸다는 게 핵심이라서요.
또 하나, 이 프로젝트는 단순한 데이터센터 부지가 아니라 ‘초대형 AI 캠퍼스’ 콘셉트로 소개돼요. 안에는 발전 설비, 가스 터빈, 배터리, 원전과 함께 하이퍼스케일(말 그대로 초단위로 돈이 타는 대형) 데이터센터가 붙어 있고, 내부 전력망으로 묶여 있어요. 회사 설명을 보면 “AI 전용 전력 인프라”라는 표현이 계속 나오는데, 이건 결국 기존 송전망/배전망 규제나 요금 체계를 어느 정도 우회하는 효과도 기대한다는 뉘앙스로 읽혀요. 그만큼 공격적이에요.
한국 기업은 왜 여기서 이름이 나오나
이 프로젝트의 파트너 목록을 보면 한국 회사들이 눈에 띄어요. 현대건설은 원자력 발전소의 설계·조달·시공을 맡는 걸 전제로 초기 단계부터 붙어 있다고 하고, 두산에너빌리티 같은 국내 원전 핵심 업체도 원자로와 주요 기자재 공급 논의에 올라 있어요. 웨스팅하우스(미국 원전 기업), 지멘스 에너지(유럽 발전설비 업체) 같은 글로벌 플레이어들도 같이 묶여 있어요. 즉 “한국은 하청” 수준이 아니라 이 초대형 에너지-데이터 복합 단지의 핵심 기술 파트너로 이름을 올리는 그림이에요.
이게 왜 중요한지 저는 이렇게 봐요. 미국 본토에서 진행되는 차세대 에너지/데이터 인프라 사업에 한국 원전·플랜트 기업이 구조적으로 껴들어갔다, 이건 말로만 하던 “북미로의 원전 수출” 같은 테마와는 결이 좀 달라요. 실제로 땅이 있고 계획 전력 용량 수치가 박혀 있는, 훨씬 구체적인 자리이기 때문이에요. 북미 인프라 시장을 뚫는 교두보 성격이 강해졌다는 얘기죠.
정치 얘기를 빼면 절반만 본 거다
이 프로젝트에는 노골적으로 정치가 깔려 있어요. 회사 설립 주도 인물로 언급되는 사람이 릭 페리예요. 릭 페리는 텍사스에서 오랫동안 주지사를 지냈고, 이후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미국 에너지부 장관을 맡았던 인물이에요. 다시 말하면 에너지 정책, 규제, 원전 인허가라는 민감한 고리를 실제로 만져본 사람이 앞에 서 있다는 거죠. 캠퍼스의 공식 명칭도 “도널드 J. 트럼프 대통령 첨단 에너지 및 인텔리전스 캠퍼스”라고 부를 정도로 정치색을 숨기지 않아요.
이건 단순한 네이밍 장난이 아니라고 저는 느꼈어요. 원자력 발전소, 특히 대형 원전과 소형모듈원자로(SMR)는 인허가와 규제가 굉장히 복잡해요. 그걸 ‘에너지 우위’ 전략, ‘미국 안에서 자체 전력으로 AI를 굴린다’라는 정치적 슬로건과 엮어서 밀어붙이려는 거죠. 다시 말해 이 프로젝트는 기술+인프라라기보다 정책+산업 안보 프레임에 올라타 있다는 거예요. 그래서 속도가 비정상적으로 빠른 일정으로 가는 것도 “그럴 수 있겠다” 정도로 시장이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형성돼요.
돈 냄새: FRMI라는 티커와 시장의 시선
이 회사는 2025년 10월 미국 나스닥에 FRMI라는 티커로 상장했어요. 공모가는 주당 21달러로 확정됐고, 첫 거래에서는 30달러대까지 치솟는 등 단기 과열 신호가 나왔어요. 상장 모델은 흔히 말하는 ‘리츠’에 가까운 구조로 설명돼요. 리츠(REITs)는 부동산투자신탁이에요. 쉽게 말해 부동산(여기서는 AI 데이터센터 캠퍼스와 발전 인프라)을 소유·운영하고 임대료나 사용료 형태의 현금흐름을 받아서 배당을 주는 형태죠. 회사 쪽에서는 장기적으로 데이터센터 임대와 전력 공급 계약에서 나오는 수익을 배당(리츠는 보통 수익의 대부분을 배당으로 돌려줘야 해요) 기반으로 돌리겠다는 그림을 제시하고 있어요.
여기서 문제는 아직 돈을 버는 단계가 아니라는 점이에요. 회사가 설립된 게 2025년 1월이고, 상장은 그로부터 10개월 정도 뒤에 나왔어요. 이 정도 속도로 IPO까지 온 기업은 이례적이에요. 실제 매출은 아직 없고, 본격적인 수익은 데이터센터 인프라가 어느 정도 돌아가기 시작한 이후(가스복합 발전기 가동, 초기 데이터센터 임대 등)부터라고 설명돼요. 그 시점을 2026년 이후로 보는 시각이 많아요. 원자로까지 가동되는 타임라인은 더 깁니다. 첫 원자로 가동 목표는 2030년대 초반(2031년 AP1000 가동, 2032년 본격 원자로 시작 등으로 일정이 언급돼요)으로 잡혀 있고, 궁극적으로는 2038년쯤 11GW 풀스케일과 초대형 컴퓨팅 캠퍼스 완성을 그려요. 즉 주식은 이미 상장돼 있는데, 사업은 몇 년 이상을 앞으로 보고 있다는 거예요.
저는 이 부분이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 가장 현실적인 경계 지점이라고 생각해요. 시장에서는 “AI+원전+트럼프”라는 키워드 묶음으로 이 회사를 본다는 건 부인하기 어려워요. 테마로 묶였다는 건, 좋은 날엔 엄청나게 오르고 나쁜 날엔 이유 없이 빠질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해요. 실제로 상장 직후 단기 급등 이후 주가가 다시 눌리는 흐름이 나타났다는 얘기도 이미 나와요. 즉, 지금 이 회사는 ‘미래 인프라의 주인공’이라는 스토리와 ‘아직 매출 없음’이라는 현실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는 상태예요.
그럼 이건 허상인가, 아니면 시작에 불과한가
저는 이렇게 정리하고 싶어요. 첫째, 전력 자급형 AI 데이터센터라는 발상 자체는 분명히 산업의 병목을 찌르고 있어요. 지금 AI 경쟁은 모델 성능 싸움 같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누가 안정적인 전력을 확보하느냐 싸움으로 가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니까요. 둘째, 스케일이 너무 크다 보니 “진짜 여기까지 갈까?”라는 의심이 동시에 따라붙는 것도 사실이에요. 706만 평, 11GW, 여의도 몇 배, 이런 식의 숫자는 시장의 시선을 모으는 데는 성공했지만 결국 이건 수조 단위의 돈과 수년 단위의 인허가 일정이 현실로 따라와야만 의미 있는 숫자거든요.
마지막으로, 한국 기업의 참여는 우리 입장에서 꽤 흥미로운 포인트예요. 원전 시공/기자재/플랜트 역량을 가진 기업들이 북미 차세대 인프라 프로젝트의 초기 설계부터 같이 들어갔다는 건, 단순한 테마주 구호를 넘어서 실물 장기계약 가능성을 본다는 뜻이기도 해요. 저는 이 지점이 앞으로 실제 수주 공시, EPC 계약(설계·조달·시공) 구체화 같은 형태로 드러나는지를 계속 지켜볼 만하다고 봐요. 그런 숫자가 잡히기 전까지는, FRMI를 단순히 ‘AI 시대의 전력 해결사’라고만 받아들이는 건 너무 앞서간 해석일 수 있어요. 반대로 말하면, 숫자가 찍히는 순간 이건 그냥 테마가 아니라 진짜 산업 설계도로 바뀌게 돼요.
결론적으로 말하면, 페르미 아메리카는 “AI가 먹는 전기를 내가 책임진다”라는 선언을 비현실적인 구두 약속이 아니라 실제 땅, 실제 용량 계획, 실제 파트너로 꺼내 들었다는 점에서 지금 시장에서 가장 공격적인 스토리 중 하나예요. 저는 이것만으로도 이미 텍사스 황무지 한 켠이 전 세계 전력·AI 업계의 시선을 빨아들이고 있다고 본다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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