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치가 다시 한번 격랑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가 2025년 9월 7일, 총리직에서 사임을 공식 발표했어요. 지난해 10월 취임 이후 불과 11개월 만의 퇴진이었죠. 짧지만 굵은 그의 재임 기간은 일본 정치사에 여러 가지를 시사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이시바 총리의 사임 배경부터 차기 총리 후보, 그리고 한일관계에 미칠 파장까지 차근차근 정리해보겠습니다.
이시바 시게루, ‘온건 보수’의 퇴장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자민당 내에서도 드물게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거부하고 전쟁 반성의 필요성을 강조해온 정치인이었어요. 그는 2025년 8월 15일 패전일 추도식에서 “전쟁의 참화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반성 발언을 했는데, 이는 13년 만에 등장한 표현이었습니다. 아베 신조 전 총리 이후 일본 정치에서 이런 발언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죠.
하지만 이 발언이 그의 정치적 입지를 오히려 좁히게 되었어요. 자민당 내 보수파들은 ‘아베 담화의 정신을 흔드는 발언’이라며 즉각 반발했고, 이미 참의원 선거 참패로 흔들리던 이시바 내각은 더 큰 압박에 직면했습니다. 결국 그는 “당의 분열을 막기 위해 스스로 물러난다”고 밝혔습니다. 명분상으로는 후진에게 길을 양보한다는 말이었지만, 사실상 당내 권력 구도에서 밀려난 퇴장이었죠.
사임의 근본 원인 — 선거 패배와 지지율 하락
이시바 내각은 출범 초부터 불안했어요. 2024년 총선에서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두고, 2025년 7월 참의원 선거에서는 자민당이 과반을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연이은 선거 패배로 ‘리더십 부재’ 논란이 커졌고, 계파가 약한 이시바는 내부 비판을 감당하기 어려웠습니다.
경제 상황도 좋지 않았어요. 고물가, 실질임금 하락, 수출 부진이 이어지면서 민심이 돌아섰습니다. 미국과의 관세 협상은 일단락되었지만, 일본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경제 회복은 없었죠. 여기에 자민당 내에서는 ‘이시바식 온건 노선’이 당의 정체성을 흐린다는 지적이 이어졌고, 퇴진 요구가 공식화되었습니다.
| 퇴진 배경 | 주요 내용 |
|---|---|
| 선거 패배 | 2025년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 과반 상실 |
| 경제 악화 | 고물가·임금 하락으로 국민 불만 고조 |
| 당내 반발 | 보수계파의 반성 발언 비판 및 조기 총재 선거 요구 |
| 지지율 하락 | ‘온건 노선’으로 핵심 지지층 이탈 |
차기 총리 후보, 다카이치 vs 고이즈미
이시바의 퇴진 이후 가장 주목받는 인물은 두 명입니다. 바로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와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郎)예요. 두 사람 모두 이미 일본 국민에게 익숙한 이름입니다.
‘여자 아베’ 다카이치 사나에
다카이치 사나에는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정치 노선을 이어받은 강경 보수 성향의 인물이에요. 과거 “총리가 되어도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겠다”고 말한 적도 있습니다. 만약 그녀가 총리가 된다면, 한일 관계는 다시 긴장 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큽니다. 반면 경제 정책 면에서는 아베노믹스를 계승하며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할 것으로 보여, 엔화 약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펀쿨섹좌’ 고이즈미 신지로
고이즈미 신지로는 전 총리 고이즈미 준이치로의 차남으로, 젊은 세대에게 ‘펀쿨섹좌’로 더 알려져 있어요. 이는 그가 유엔 연설에서 “기후변화에 Fun(즐겁게), Cool(쿨하게), Sexy(섹시하게) 대처하자”고 말한 데서 비롯된 별명이죠. 최근에는 농림수산상으로 재임하며 쌀값 폭등을 안정시킨 정책 추진으로 호평을 받았어요. 개혁적이고 친환경적인 이미지로 대중적 인기는 높지만, 당내 기반이 약해 실제 총리 당선 가능성은 다카이치보다 낮게 평가됩니다.
| 후보 | 성향 | 정책 방향 | 한일관계 전망 |
|---|---|---|---|
| 다카이치 사나에 | 보수·강경 | 완화적 통화, 재정확대 | 악화 가능성 높음 |
| 고이즈미 신지로 | 개혁·중도 | 친환경, 탈탄소 중심 | 부분적 협력 가능성 |
한국과 일본, 다시 ‘관계의 기로’로
이시바 시게루의 퇴진은 단순한 일본 내 정치 변화가 아니에요. 그는 재임 중 “역사 문제를 포함해 한일관계를 대화로 풀어가야 한다”고 강조한 인물이었습니다. 따라서 그의 사임은 한일관계 개선의 모멘텀이 사라진다는 의미도 있죠.
우리 정부는 그의 ‘반성 발언’에 신중하지만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어요. 이재명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일본은 경제 발전의 중요한 동반자”라고 언급하며 미래지향적 관계를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만약 다카이치 사나에가 총리가 된다면, 역사·안보 이슈에서 마찰이 커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대로 고이즈미 신지로가 당선된다면 젊은 세대 중심의 실용 외교가 펼쳐질 수도 있겠죠.
정치 변화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
이시바 총리의 사임이 발표된 후 일본 증시는 오히려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닛케이 지수는 1.45% 오른 43,643으로 마감했어요. 시장은 차기 내각이 재정 확대 정책을 펼칠 것이란 기대를 반영한 것으로 보입니다. 즉, 정치 불안이 단기적으로는 증시에 호재로 작용한 셈이에요. 하지만 강경 보수 노선으로 회귀할 경우, 동북아 외교 불안이 다시 증시에 부담을 줄 가능성도 남아 있습니다.
마무리 — 일본 정치의 다음 장
이시바 시게루의 사임은 일본 정치의 또 하나의 변곡점이에요. 전쟁 반성과 온건 외교를 강조했던 총리가 1년도 못 채우고 퇴진했다는 건, 일본 사회 내에서 여전히 보수와 개혁의 갈등이 깊다는 방증입니다. 그의 퇴장 이후 일본은 다시 ‘보수 회귀’의 길로 갈지, 아니면 새로운 세대의 리더십을 맞이할지 주목됩니다.
어느 쪽이든 한일 양국 모두에게 중요한 시기입니다. 정치적 입장과 관계없이, 서로를 향한 신뢰와 이해가 다시 쌓이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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