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기술탈취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에요. 정부 자료에 따르면 매년 약 300건에 달하는 피해 신고가 접수되고, 기업당 평균 손실액은 무려 18억 원 수준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정작 법원에서 인정받는 손해배상액은 평균 1억 4천만 원 정도에 불과해, 피해 기업이 청구한 금액의 17.5% 수준에 머무르고 있었습니다. 이처럼 기술탈취 피해 기업들이 실질적으로 보상받기 어려운 현실은 오랫동안 지적되어 왔어요.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2025년 9월, 관계부처 합동으로 ‘중소기업 기술탈취 근절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이번 대책은 단순히 형식적인 대책이 아니라, 현장의 목소리와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마련된 종합 플랜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중소기업과 스타트업 종사자라면 꼭 알아둬야 할 변화들이 많습니다.
기술탈취, 왜 이렇게 자주 발생할까?
중소기업의 기술은 종종 대기업이나 경쟁사의 표적이 되곤 합니다. 문제는 피해자가 침해 사실을 입증하기 어렵다는 점이에요. 가해자가 자료를 숨기거나 삭제해버리면 피해 기업은 이를 입증할 방법이 거의 없었죠. 설령 소송을 해도 낮은 배상액과 긴 소송 기간 때문에 제대로 된 구제를 받기 힘들었습니다. 이런 구조적 문제 때문에 기술탈취는 반복적으로 발생해왔던 겁니다.
정부가 내놓은 4대 핵심 대책
정부는 이번에 크게 네 가지 축을 중심으로 대책을 마련했습니다.
| 중점 과제 | 주요 내용 |
|---|---|
| ① 피해사실 입증 지원 | 한국형 증거개시 제도 도입, 자료보전명령·자료제출 명령권 신설, 익명 제보 가능, 행정조사 강화 |
| ② 손해배상액 현실화 | 개발비용까지 손해로 인정, 전문기관 통한 손해액 산정, 데이터 통합 관리 플랫폼 운영 |
| ③ 예방과 보호 강화 | 기술보호 교육 확대, AI 보안 시스템 지원, 기술임치 확대, 원본증명서비스 확대 |
| ④ 근절 추진체계 효율화 | 범부처 대응단 구성, 기술분쟁 신문고 운영, 패스트트랙 수사 도입, 분쟁조정 제도 개선 |
① 한국형 증거개시 제도란?
가장 주목할 부분은 ‘한국형 증거개시 제도’입니다. 기술탈취 소송의 가장 큰 걸림돌이던 ‘정보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장치예요. 법원이 지정한 전문가(변호사·변리사 등)가 직접 현장을 조사하고 그 결과를 증거로 인정할 수 있게 했습니다. 또 가해자가 증거를 파기하지 못하도록 자료보전명령 제도도 도입됩니다. 이제 피해 기업이 소송에서 더 이상 불리한 위치에만 있지 않도록 바뀌는 겁니다.
② 손해배상 산정, 개발비용까지 인정
예전에는 매출 손해 중심으로만 배상액을 계산했지만, 이제는 기술 개발에 들어간 비용도 모두 손해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R&D에 수억 원을 투입했다면 그 금액 자체가 손해액으로 산정되는 거죠. 이를 위해 정부는 기술보증기금 산하 중앙기술평가원을 ‘중소기업 기술손해 산정센터’로 확대하고, 법원이 전문기관에 손해액 산정을 의뢰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마련했습니다.
③ 예방 체계도 강화
사후 대응만큼 중요한 것이 예방입니다. 정부는 기술보호 설명회를 연 5회로 늘리고, 기업이 직접 찾아올 필요 없이 ‘찾아가는 교육’을 신설합니다. 또 AI를 활용한 영업비밀 자동 분류와 유출방지 시스템을 지원하고, 국가핵심기술 보유 중소기업에는 보안 설비 구축까지 지원합니다. 기술임치 제도도 2030년까지 3만 건으로 확대해 분쟁 시 증거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④ 범부처 협력과 신속 대응 체계
피해 기업들이 어디에 신고해야 할지 몰라 어려움을 겪는 문제도 개선됩니다. ‘기술탈취 근절 범부처 대응단’과 ‘중소기업 기술분쟁 신문고’가 신설돼 한 곳에서 제보하면 소관 부처로 연계되는 원스톱 체계가 마련돼요. 또 긴급한 사건은 경찰·검찰로 바로 이관하는 패스트트랙을 운영해 신속한 수사가 가능해집니다. 분쟁조정 제도도 개선돼 1인 조정부가 소액 사건을 빠르게 처리할 수 있고, 비대면 원격조정도 전면 확대됩니다.
AI 시대, 새로운 기술보호 과제
이노비즈협회 정광천 회장은 이번 간담회에서 특히 AI 시대에 맞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데이터·알고리즘·AI 학습비용 같은 무형자산도 보호 범위에 포함돼야 한다는 거예요. 실제로 AI 모델을 개발하는데 들어가는 데이터 구축비용이나 학습비용은 상당한데, 이런 부분까지 배상 산정 기준에 반영될 필요가 있습니다. 기술탈취는 단순히 기계 설계도나 공정기술만의 문제가 아니라, 데이터와 소프트웨어 영역까지 확대되고 있거든요.
앞으로의 기대 효과
이번 대책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한다면, 중소기업 기술 보호 환경은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피해 기업이 불리하지 않게 싸울 수 있고, 침해 기업은 무거운 제재를 피하기 어렵게 됩니다. 동시에 예방 체계가 강화되면서 아예 기술탈취 시도 자체가 줄어들 가능성도 있습니다. 결국 이런 변화가 쌓여야 공정한 시장질서가 자리 잡고, 중소기업들이 안심하고 기술 개발에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는 것이죠.
마무리
중소기업이 가진 기술은 단순한 아이디어가 아니라 수년간의 땀과 자금이 투입된 결과물입니다. 이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면 혁신은 멈출 수밖에 없어요. 이번 정부 대책은 완벽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분명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실제 현장에서 얼마나 실효성 있게 작동할지가 관건입니다. 중소기업 기술탈취 문제는 결국 우리 산업 경쟁력과도 직결된 문제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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