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취임한 이후 보여주고 있는 행보가 주목받고 있어요. 그는 LG AI연구원장을 지내며 초거대 인공지능 전략을 총괄했던 전문가로, 정부 입성 전부터 업계에서는 “AI 실무형 전략가”로 불렸던 인물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과기정통부 수장으로서 어떤 정책적 비전을 그리고 있을까요? 통신사 CEO들과의 첫 회동 준비, AI 기반 과학혁신 전략, 그리고 그가 지닌 배경을 통해 정리해 보겠습니다.
통신 3사와의 첫 만남, 달라진 환경에서의 논의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건 통신 3사 CEO들과의 공식 회동이에요. 오는 9월 11일,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대표들이 배 장관과 마주 앉아 다양한 현안을 논의할 예정입니다. 겉으로는 상견례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업계의 굵직한 변화를 다룰 첫 협의의 장이 되는 거죠.
특히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이른바 ‘단통법’이 폐지된 이후 생겨난 소비자 차별 문제가 주요 안건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단통법이 없어지면서 유통점마다 가격 차이가 수십만 원까지 벌어지는 상황이 발생했고, 정보 접근성이 낮은 고령층이나 저소득층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지적이 있어요. 이에 과기정통부는 전기통신사업법을 통해 차별적 혜택 제공을 금지하고, 계약서 작성 의무를 강화하는 방안을 내놓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통신비 절감, 5G 품질 개선, 전국망 커버리지 확대, 그리고 AI 데이터센터와 같은 인프라 투자가 함께 논의될 것으로 보입니다. 통신사가 최근 잇달아 AI 데이터센터 건립이나 자체 AI 모델 개발을 선언한 만큼, 배 장관이 이 흐름을 국가적 경쟁력 강화로 연결할지가 관심사입니다.
“AI로 과학혁신, 노벨상 환경 만들겠다”
배 장관이 가장 강조하는 또 다른 키워드는 ‘AI와 과학혁신’이에요. 9월 초 열린 ‘AI for S&T 전문가 간담회’에서 그는 AI가 과학 연구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예시로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폴드와 로제타폴드를 언급하며, 한국도 AI를 연구 현장에 잘 접목한다면 노벨상 수상 환경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어요.
실제 현장에서도 다양한 사례가 나오고 있습니다. 반도체 분야에서는 시뮬레이션 최적화와 설계 지원을 위해 AI가 도입되고 있으며, 원자력 분야에서는 ‘아토믹GPT’ 같은 특화 언어모델이 원자로 운전을 보조하고 있습니다. 신약개발 분야에서는 단백질 설계 성공률이 AI 덕분에 100배나 증가했지만, 아직 세포 실험 단계까지는 미치지 못한다는 한계도 지적됐습니다. 이 때문에 정부는 도메인별 특화 AI 모델 개발과 데이터 개방 체계를 구축해 연구 전 주기를 지원하겠다는 전략을 내놓고 있습니다.
LG에서 정부로, 산업형 전략가의 등장
배 장관의 이력이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학계 출신이 아니라 기업에서 실제 전략을 설계하고 실행했던 경험이 있다는 점입니다. LG AI연구원 초대 원장으로서 그는 ‘엑사원(EXAONE)’이라는 초거대 언어모델 개발을 총괄했고, 이후 수학·과학·코딩 특화 모델 ‘엑사원 딥’을 오픈소스로 공개하는 등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데 핵심 역할을 했습니다.
이런 인물이 정부로 옮겼다는 것은 의미가 큽니다. 연구개발뿐만 아니라 산업 현장의 수요와 전략을 몸소 경험한 사람이 정책을 설계하게 된 것이죠. 반대로 LG 입장에서는 대체 불가능한 전략가가 빠져나간 셈이라 리더십 공백을 메우는 것이 과제로 남았습니다. 업계에서는 “산업형 국정 운영”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앞으로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
정리해 보면 배경훈 장관은 AI와 통신, 두 축에서 동시에 변화를 이끌고 있습니다. 한쪽에서는 소비자 보호와 시장 건전성을 강조하면서도, 다른 한쪽에서는 국가 연구 혁신 전략을 AI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어요. 결국 그가 성공적으로 성과를 낸다면, 통신시장의 불투명성을 줄이고 과학기술 혁신을 앞당기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지 모릅니다.
물론 과제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AI 연구 현장의 데이터 편중 문제, 통신업계의 리베이트 구조, 그리고 고령층·저소득층의 정보 불균형 문제는 단순한 선언만으로 해결되기 어렵습니다. 배 장관이 어떤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내놓고, 기업과 소비자 모두를 납득시킬 수 있을지가 향후 평가의 기준이 될 것입니다.
과기정통부의 행보를 지켜보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지금은 AI와 통신 정책이 단순한 기술 문제가 아니라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는 시대이기 때문이에요. 배경훈 장관이 보여줄 다음 행보가 궁금해지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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