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치사에 새로운 이정표가 세워졌습니다. 강경 보수 성향으로 알려진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담당상이 집권 자민당의 새 총재로 선출되며, 일본 역사상 첫 여성 총리가 사실상 확정된 것입니다. 이번 선거 결과는 단순한 정권 교체 이상의 의미를 지니며, 일본 정치의 세대교체와 보수 재편이라는 두 흐름을 동시에 보여주었어요.
예상을 뒤집은 자민당 총재 선거
10월 4일 자민당 총재 선거는 일본 국민의 예상을 완전히 뒤집은 결과였어요. 선거 전까지만 해도 여론조사에서 고이즈미 신지로 전 농림수산상이 ‘펀쿨섹’이라는 별명으로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투표를 일주일 앞두고 고이즈미 측 홍보팀이 ‘여론 조작’을 시도했다는 폭로가 나오면서 분위기가 급변했습니다. 반면 다카이치 후보는 자민당 내 강경 보수 세력과 아베 신조 전 총리 계파의 지지를 받으며 결선에서 극적으로 역전했죠.
| 구분 | 고이즈미 신지로 | 다카이치 사나에 |
|---|---|---|
| 1차 투표 | 160표 | 183표 |
| 결선 투표 | 156표 | 185표 (당선) |
| 주요 지지층 | 온건·개혁 성향 | 보수우파·아베계 |
결국 다카이치 후보는 국회의원 149표, 지역조직 36표를 더해 총 185표를 얻으며 자민당 역사상 첫 여성 총재로 당선됐습니다. 일본은 내각제 국가이기 때문에 집권당 총재가 곧 총리가 되죠. 따라서 오는 10월 15일 열릴 임시국회에서 다카이치 신임 총재는 일본 헌정사상 첫 여성 총리로 공식 선출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여자 아베’라 불린 이유
다카이치 사나에는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정책적 후계자로 불립니다. 1961년 나라현 출신으로, 미국 의회 인턴과 방송 캐스터 경험을 거쳐 정치에 입문했어요. 세습 정치인이 아닌 비세습 출신이라는 점도 눈길을 끕니다. 젊은 시절에는 오토바이를 타고 헤비메탈 밴드에서 드럼을 칠 정도로 자유분방했지만, 정치에 들어선 후에는 아베 전 총리와의 교류를 통해 확고한 보수주의자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는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를 롤모델로 삼으며 ‘철의 여인’ 이미지를 스스로 강조해 왔죠.
경제정책: 아베노믹스 2.0
다카이치 총재의 경제 비전은 ‘아베노믹스 2.0’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대규모 재정지출과 초저금리 정책을 유지해 일본 경제의 디플레이션을 벗어나려는 전략이에요. 그는 경기 부양을 위해 인프라 투자와 세금 감면, 보조금 확대 등을 추진할 가능성이 큽니다. 단기적으로는 내수 회복에 도움이 되겠지만, 일본의 막대한 국가 부채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점도 부담 요인이죠.
| 정책 분야 | 예상 방향 |
|---|---|
| 재정 정책 | 인프라 투자 및 보조금 확대 |
| 통화 정책 | 초저금리 유지, 유동성 공급 지속 |
| 산업 전략 | 반도체·AI·양자기술 중심 산업 육성 |
이러한 정책은 일본 증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엔화 약세가 수출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도요타·소니 같은 대기업의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엔저로 인한 물가 불안과 실질소득 하락 우려도 존재합니다.
한일 관계에 드리운 냉기류
다카이치 사나에는 과거사와 영토 문제에서 단호한 입장을 유지해 온 인물입니다.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지지하고, 일본의 전쟁 책임에 대해 사과보다는 자부심을 강조하는 발언을 해왔어요. 이러한 태도는 향후 한일 관계 경색의 주요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큽니다. 한국 정부가 대화와 협력을 희망하더라도, 다카이치 내각이 역사 문제에서 강경 노선을 고수한다면 양국 관계는 다시 냉각될 수 있습니다.
경제적으로는 엔저 현상이 한국 수출기업에 부담을 줄 수 있습니다. 일본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면서 자동차, 전자, 철강 등 주요 산업에서 우리 기업들이 불리해질 수 있죠. 반면 일본 여행이나 수입품 구매 비용은 줄어드는 긍정적 효과도 있습니다.
미국과의 동맹, 중국과의 긴장
외교안보 정책에서도 다카이치 총재는 확고한 친미 노선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는 미일 동맹을 기반으로 하되, 일본의 자주적 방위 능력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습니다. 자위대의 헌법 명기, 적기지 반격 능력 보유, 방위비 GDP 2% 확대 등이 대표적이에요. 동시에 대중국 견제 정책도 강화될 전망입니다. 반도체 공급망의 ‘탈중국화’를 추진하고, 대만 문제에 적극적인 입장을 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은 한미일 3국 협력의 틀 속에서 미묘한 균형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역사 문제와 안보 협력이 공존하는 복잡한 구조 속에서, 외교와 경제를 분리한 ‘투 트랙 전략’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첫 여성 총리의 리더십 시험대
일본 정치사에서 여성 총리가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에요. 그만큼 다카이치 사나에의 리더십은 일본 사회의 변화 가능성을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입니다. 그는 여성이라는 상징성과 동시에 강경 보수주의자의 실용적 리더십을 보여야 하는 이중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또한 고이즈미를 지지했던 온건파와의 갈등, 아소파의 영향력 속에서 내각 운영이 얼마나 독자적으로 가능할지도 주목할 부분이에요.
결국 다카이치 총재의 등장은 일본이 어디로 나아갈지를 결정짓는 분수령입니다. 아베노믹스를 잇는 경제 부흥 정책이 성공할지, 한일 관계는 다시 냉각될지, 그리고 여성 리더십이 일본 정치의 고정관념을 깨뜨릴 수 있을지. 여러 변수가 맞물린 지금, 한국 역시 현명한 외교 전략으로 변화의 파고를 헤쳐 나가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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