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름만 화려한 기술은 이제 사람들에게 감흥을 주지 못해요. “그래서 돈은 얼마나 버는데?”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하면 시장에서 버티기 어렵습니다. 이번에 네이버가 공개한 2025년 3분기 실적은 이 질문에 꽤 솔직하게 답한 결과물에 가깝습니다. AI를 앞세워 분기 매출 3조원을 처음으로 넘겼기 때문입니다.
저는 오늘, 네이버가 어떻게 AI를 실제 ‘돈 되는 비즈니스’로 바꾸고 있는지, 어디에서 돈이 들어오고 있고, 앞으로 어떤 점을 봐야 하는지까지 한 번에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네이버, 처음으로 분기 매출 3조를 넘겼다
네이버의 2025년 3분기 숫자부터 간단히 짚어볼게요. 연결 기준 매출은 3조1381억원, 영업이익은 5706억원이었습니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15.6%, 영업이익은 8.6% 늘었어요.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이라는 표현을 써도 과하지 않은 수준입니다.
어디서 가장 많이 자랐는지 보면, 네이버가 어떤 회사로 변하고 있는지 감이 잡힙니다.
먼저 사업 부문별 매출과 성장률을 한눈에 보면 이렇습니다.
| 부문 | 3분기 매출(억원) | 전년 대비 성장률 |
|---|---|---|
| 커머스(쇼핑) | 9,855 | +35.9% |
| 서치플랫폼(검색·광고) | 10,602 | +6.3% |
| 핀테크(네이버페이) | 4,331 | +21.7% |
| 콘텐츠(웹툰·스노우 등) | 5,093 | +10.0% |
| 엔터프라이즈(클라우드 등) | 1,500 | +3.8% |
예전에는 ‘검색 광고’가 거의 다라고 해도 될 만큼 비중이 컸다면, 이제는 커머스와 핀테크가 뒤에서 강하게 밀어주는 모양새입니다. 특히 커머스는 성장률이 35%를 넘으면서 전체 실적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어요. 네이버가 더 이상 ‘포털 사이트 회사’가 아니라는 게 숫자로 드러난 셈입니다.
검색·광고에 붙은 AI, 체류 시간과 매출을 동시에 올렸다
그렇다면 AI는 어디에 들어가 있을까요? 가장 먼저 바뀐 곳은 검색과 광고입니다. 네이버는 자체 초거대 AI인 ‘하이퍼클로바X’를 검색·광고 시스템에 깊게 묻어두는 전략을 택했어요.
이 AI는 사용자가 어떤 검색어를 자주 쓰는지, 어떤 주제에 오래 머무는지, 어떤 유형의 글과 상품에 반응하는지 패턴을 읽어냅니다. 예전처럼 ‘키워드’에만 의존하는 게 아니라, 사람의 취향 자체를 파악해서 검색 결과와 광고, 콘텐츠를 동시에 묶어 추천하는 방식이에요.
실제로 네이버 홈 화면에 뜨는 피드 이용자 수는 하루 1,000만명을 넘었습니다. 사람들이 더 오래 머무르고, 스크롤을 더 많이 내리고, 그 사이에 광고와 쇼핑 링크를 더 자주 누른다는 뜻이에요. 같은 광고를 노출하더라도 “보일 만한 사람에게, 보이고 싶을 때” 보여줄 수 있으면 광고 효율이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광고주 입장에서는 성과가 나오는 플랫폼에 예산을 더 밀어 넣게 되고, 네이버 입장에서는 AI를 잘 돌릴수록 광고 매출이 늘어나는 구조가 만들어져요. 이게 바로 “AI가 돈을 벌기 시작했다”는 말의 첫 번째 의미입니다.
쇼핑과 페이, AI 개인화가 만든 ‘돈 되는 습관’
이번 실적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커머스와 핀테크였습니다. 네이버 쇼핑 안에서도 특히 스마트스토어가 꾸준히 커졌고, 거래액은 전년보다 12.3% 늘었습니다. 숫자만 보면 평범해 보일 수 있는데, 이미 덩치가 꽤 커진 상태에서 이 정도 성장률을 유지했다는 게 중요해요.
여기서도 AI가 핵심입니다. 사용자의 검색 기록, 찜 목록, 장바구니, 결제 이력 등을 바탕으로 “지금 이 사람에게 가장 살 가능성이 높은 상품”을 골라서 앞쪽에 노출하는 방식이에요. 우리가 앱을 켜면 ‘딱 지금 나한테 필요한 것 같은’ 상품이 한두 개씩 보이는 이유가 이겁니다.
여기에 N배송, 멤버십 혜택, 리뷰 시스템이 엮이면서 사용자는 점점 네이버 안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요. 한 번 익숙해지면 다른 플랫폼으로 갈 이유가 줄어듭니다. 자연스럽게 네이버페이 결제액도 같이 커졌어요. 이번 분기 네이버페이 결제액은 22조7,000억원으로 20%가 넘게 뛰었습니다.
결국 네이버가 만드는 건 “검색 → 쇼핑 → 결제 → 다시 검색”으로 이어지는 습관입니다. 그 가운데에 AI가 앉아서 어떤 상품을 먼저 보여줄지, 어떤 혜택을 강조할지, 어떤 리뷰를 전면에 둘지 조정하는 거죠. 이 습관이 단단해질수록 네이버의 커머스와 핀테크 매출은 더 안정적인 캐시카우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GPU 1조 베팅과 ‘피지컬 AI’…네이버가 노리는 다음 판
이번 실적에서 또 하나 눈여겨볼 대목은 투자 방향이에요. 네이버는 AI용 반도체인 GPU 확보에만 1조원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상태입니다. GPU는 쉽게 말해, 초거대 AI 모델을 학습시키고 서비스로 돌리기 위한 ‘두뇌+엔진’이라고 보면 됩니다. 많이 확보한 회사일수록 더 큰 모델을, 더 빠르게, 더 싸게 돌릴 수 있어요.
네이버는 이 GPU를 클라우드 서비스로도 내놓고 있습니다. 기업 고객이 직접 비싼 장비를 살 필요 없이, 네이버 클라우드를 통해 AI 연산 능력을 빌려 쓰게 하는 방식이에요. 이건 ‘GPUaaS’ 같은 형태로 수익을 만들 수 있습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간 개념이 ‘피지컬 AI’입니다. 말이 조금 낯선데, 쉽게 말하면 “AI를 로봇·공장·도시 같은 현실 세계에 붙이는 것”이에요. 예를 들어, 조선소·반도체 공장·물류센터를 디지털트윈으로 구현하고, 그 위에 네이버의 AI를 얹어서 생산성을 높이는 시나리오를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정부가 추진 중인 ‘소버린 AI’(자국 주도 AI 인프라) 프로젝트에서도 네이버는 핵심 플레이어로 거론됩니다. GPU 인프라, 초거대 AI, 클라우드, 그리고 로봇·3D 시뮬레이션 기술을 모두 가진 국내 기업이 많지 않기 때문이에요. 이 부분이 잘 풀리면, 지금의 검색·쇼핑을 넘어 B2B 영역에서 새로운 성장 축이 하나 더 생길 수 있습니다.
헷갈리기 쉬운 AI 관련 표현 몇 가지를 짧게 정리하면 아래와 같아요.
| 용어 | 간단한 의미 |
|---|---|
| 하이퍼클로바X | 네이버가 만든 초거대 생성형 AI 모델 |
| AI 에이전트 | 검색·쇼핑을 대신 해주는 ‘대행형’ AI 서비스 |
| GPU 투자 | AI 모델을 돌릴 ‘연산 공장’을 짓는 투자 |
| 피지컬 AI | 공장·로봇·도시 같은 현실 공간에 AI를 적용하는 기술 |
| GPUaaS | 기업이 클라우드로 GPU 연산을 빌려 쓰는 서비스 |
이 용어들을 이어서 보면, 네이버가 단순히 포털·쇼핑 회사가 아니라 “AI 인프라와 실제 산업을 연결하는 플랫폼”을 노리고 있다는 그림이 보입니다.
실적은 좋지만, 우리가 체크해야 할 리스크
숫자만 보면 ‘완벽한 분기’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현실은 늘 양면이 있습니다. 먼저, AI와 커머스에 돈을 많이 쓰는 만큼 비용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어요. 이번 분기에도 영업이익 증가율은 매출 증가율보다 낮았습니다.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설명할 수는 있지만, 투자 기간이 길어지면 시장이 조급해질 수 있어요.
경쟁도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카카오가 메신저와 AI를 결합해 생활 플랫폼을 확장하려 하고 있고, 해외에서는 구글·메타·오픈AI·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거대 IT 기업들이 이미 글로벌 시장을 선점한 상태예요. 한국 내에서는 강자일지 몰라도, 전 세계 시장에서는 여전히 도전자의 위치입니다.
또 하나는 경기 변수입니다. 네이버의 핵심 수익원인 광고와 커머스는 소비 심리에 민감합니다. 금리가 높거나 경기 불안이 커지면 광고주들이 예산을 줄이고,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기 마련이에요. AI가 효율을 올려줄 수는 있지만, 전체 파이가 줄어드는 상황에서는 완벽한 방패가 되기 어렵습니다.
개인 투자자라면 이 뉴스를 이렇게 읽으면 좋겠다
이번 실적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네이버가 AI를 말뿐이 아니라 매출과 이익으로 연결하기 시작했다” 정도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검색·광고, 쇼핑, 페이, 콘텐츠, 클라우드까지 거의 모든 사업에서 AI를 섞어 넣었고, 그 결과가 숫자로 나오기 시작한 분기였어요.
다만 AI 관련 종목은 기대가 워낙 크다 보니, 좋은 실적에도 주가가 출렁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미 시장이 ‘그 정도 실적은 나올 줄 알았다’고 보고 있으면, 숫자가 괜찮아도 주가가 쉬어갈 수 있어요. 반대로 단기 조정이 오더라도, 구조적으로 성장하는 사업이라면 시간이 해결해 줄 수도 있고요.
제가 보기에는, 네이버를 볼 때 특히 이런 포인트들을 계속 체크해보면 좋겠습니다.
첫째, AI가 실제로 만들어내는 매출과 비용의 균형이에요. 하이퍼클로바X, AI 에이전트, GPU 투자 같은 키워드가 뉴스를 채우더라도, 결국 중요한 건 “이게 몇 년 안에 얼마를 벌어줄 수 있느냐”입니다.
둘째, 커머스와 네이버페이 성장률입니다. 이 둘은 네이버 생태계를 묶어주는 접착제 역할을 해요. 성장률이 둔화되는지, 아니면 꾸준히 두 자릿수를 유지하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셋째, 해외 비즈니스와 B2B 확장입니다. 웹툰·클라우드·피지컬 AI가 해외 기업과 얼마나 큰 파트너십을 맺는지가 다음 스텝의 관건이에요.
네이버가 이번 분기에 보여준 건 “우리는 더 이상 검색 포털이 아니다. AI를 중심으로 비즈니스를 재설계하고 있다”는 선언에 가깝습니다. 이 선언이 앞으로 몇 년 동안 숫자로 얼마나 탄탄하게 이어질지, 거기서 이 회사의 진짜 가치는 결정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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