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며칠 새 반도체 섹터의 무게중심이 다시 ‘저장장치’로 옮겨갔어요. 한동안 HBM과 GPU가 모든 관심을 독식했는데, 최근 분위기는 낸드플래시와 SSD로 쏠립니다. “왜 지금, 낸드인가?”라는 질문에 답하려고 이 글을 씁니다. 끝까지 읽으면 AI 시대에 낸드 수요가 어떻게 생기고, 어떤 기술·밸류체인이 실제로 움직이는지 한 번에 정리할 수 있어요.
AI가 학습에서 ‘추론’으로: 저장이 병목이 됐어요
그동안 AI의 ‘학습’ 단계는 GPU와 HBM이 주인공이었어요. 하지만 서비스가 본격화되면 다수 사용자의 요청을 즉시 처리하는 ‘추론’ 비중이 급증합니다. 이때 병목은 데이터를 얼마나 빨리 꺼내오느냐로 이동합니다. 모델 파라미터, 벡터DB, 사용자 히스토리처럼 자주 읽히는 데이터가 폭증하니, 저장장치에서의 대역폭·지연시간·전력 효율이 핵심이 돼요. 결과적으로 SSD 채택 가속, 낸드 비트 수요의 ‘질적’ 증가가 동시에 나타납니다.
eSSD와 QLC, 왜 데이터센터가 좋아할까
기업용 SSD(eSSD)는 일반 소비자용과 달리 내구성, 일관된 지연시간, 전력·발열 관리가 엄격해요. 여기에 QLC(셀당 4비트)가 빠르게 확산됩니다. 이유는 명확해요. 같은 면적에 더 많은 데이터를 담을 수 있어 TCO(총소유비용)를 낮추기 쉬워요. 내구성 이슈는 펌웨어·컨트롤러·오버프로비저닝, 그리고 워크로드 설계로 상당 부분 보완되고 있습니다.
| 용어 | 짧은 정의 | 데이터센터 관점 |
|---|---|---|
| SLC | 셀당 1비트 | 매우 빠르고 튼튼하지만 비용 부담 큼 |
| MLC/TLC | 셀당 2/3비트 | 균형형. 범용 워크로드에 폭넓게 사용 |
| QLC | 셀당 4비트 | 고용량·읽기중심 워크로드에 TCO 유리 |
표처럼, 저장밀도와 비용 효율에서 QLC가 앞서요. 반면 쓰기내구성은 낮아지는 경향이 있는데, 추론 트래픽처럼 읽기 비중이 높은 워크로드에서는 설계만 맞추면 장점이 커집니다.
HDD vs SATA SSD vs eSSD(QLC): 현실 비교
추론 서비스는 요청 폭주 시에도 지연시간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해요. 그 관점에서 스토리지 선택을 간단히 비교해보면 감이 잡혀요.
| 항목 | HDD | SATA SSD | eSSD(QLC 중심) |
|---|---|---|---|
| 랜덤 읽기 IOPS | 수백 수준 | 수만 수준 | 수십만 수준까지 (NVMe) |
| 지연시간 일관성 | 낮음 | 보통 | 높음 |
| 용량/랙 효율 | 보통 | 보통~좋음 | 매우 좋음 |
| TCO(추론형) | 저렴하지만 전력·공간 비효율 | 균형형 | 대규모일수록 유리 |
단순 처리량뿐 아니라 공간·전력·냉각·운영 복잡도까지 합치면, 대규모 추론에서는 eSSD(특히 NVMe, QLC 기반)의 경제성이 뚜렷해요. “읽기가 많은 서비스”일수록 전환 속도는 더 빨라집니다.
3D 낸드, 층수만 보지 말고 ‘전송·접합’도 보세요
레이어(단수) 증가는 상징적 지표지만 전부는 아니에요. 최근 세대는 컨트롤러와 어레이를 결합하는 접합 기술, I/O 인터페이스(예: Toggle/ONFI 세대), 공정 최적화로 실효 성능·전력을 동시에 밀어 올리고 있어요. 읽기·쓰기 속도, 와트당 처리량, 채널 효율, 품질 편차 축소 같은 지표가 체감 성능과 직결됩니다. 즉 “몇 단이냐”보다 “같은 랙 전력에서 얼마를 읽고 쓰느냐”가 더 실전적이에요.
누가 수혜를 받나: 장비·소재·부품까지 ‘넓게’ 움직여요
낸드 설계·제조사만 보는 건 반쪽이에요. 미세화와 3D 적층이 심화될수록 식각·증착 같은 공정 장비, Si/SiC 파츠, 케미컬, 칠러 등 서플라이 체인이 동시에 커집니다. 웨이퍼에서 셀을 쌓고, 패터닝하고, 세정하고, 부품을 갈아끼우는 모든 과정이 낸드 비트 수요와 동조화돼요. 여기에 SSD 밸류체인의 PCB, 커패시터, 컨트롤러, 펌웨어까지 ‘읽기 성능’과 ‘전력 안정성’을 중심으로 재정렬되는 추세입니다.
가격은 오릅니다, 그러나 ‘탄성’이 있어요
재고 소진→증산→가격 안정화는 메모리의 숙명이에요. 다만 이번 사이클은 단순 리스타킹이 아니라 워크로드 구조 변화가 결합돼 있어요. AI 추론의 고착화, 벡터DB·RAG 인프라의 상시 운영, 모델·데이터 버전 관리 등으로 ‘지속적인 읽기 수요’가 붙었습니다. 그래서 가격 반등의 “탄성”이 더 길 수 있어요. 물론 경기 둔화, 설비 과잉, 신규 팹 램프업 속도 같은 변수가 언제든 조정 압력을 만들 수는 있습니다.
현장에서 체크할 4가지 신호
첫째, 클라우드·AI 서비스사의 스토리지 투자 가이던스. 둘째, SSD 평균판매단가(ASP)와 낸드 웨이퍼 투입의 추세. 셋째, 전원 장애·스파이크 트래픽 대비를 이유로 한 eSSD 채택사례 증가 여부. 넷째, 차세대 낸드의 I/O 인터페이스 전환 속도예요. 이 네 가지는 “수요의 지속성”과 “성능/전력의 질적 개선”을 동시에 가늠하게 해줍니다.
한 줄 정리
AI가 서비스 단계로 옮겨가며 병목이 ‘저장’으로 이동했고, 이 흐름이 낸드플래시와 eSSD(특히 QLC)의 채택을 밀어 올리고 있어요. 기술은 레이어 경쟁을 넘어, 접합·인터페이스·전력당 성능으로 승부가 이동했습니다. 향후에도 수요 탄성은 유지될 가능성이 크지만, 공급·설비·경기 변수는 상시 점검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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